봄 (나태주) 봄냉이가 자라는 밭둑에는 풀꽃이 하나 둘씩 곱게 피어나고 있다 봄은 역시 매화꽃에서 부터 먼저오나 보다~ 딸기밭 비닐하우스 안에서 애기 울음소리 들린다 응애 응애 응애 애기는 보이지 않고 새빨갛게 익은 딸기들만 따스한 햇볕에 배꼽을 내놓고 놀고 있다 응애 응애 응애 애기 우음소리 다시 들.. <詩 휴게실>/詩의 오솔길 2009.03.17
밥그릇 경전 (이덕규) 볕 좋은 절집 뜨락에 가부좌 튼 개밥그릇 하나 고요히 반짝입니다 어느 경지에 이르면 저렇게 마음대로 제 밥그릇을 가지고 놀 수 있을까요 어쩌면 이렇게도 불경스런 잡념들을 싹싹 핥아서 깨긋이 비워놨을까요 볕 좋은 절집 뜨락에 가부좌 튼 개밥그릇 하나 고요히 반짝입니다 단단하게 박힌 금강(.. <詩 휴게실>/詩의 오솔길 2009.03.14
사랑하리, 사랑하라 (김남조) 상처 무릅쓰고 기슴 한복판을 달리게 하는 절대의 사랑하나.. 새벽 숲의 청아한 그 정기를 누구라 막을 것인가 벌겋게 살결 다친 상처 무릅쓰고 가슴 한복판을 달리게 하는 절대의 사랑 하나 오히려 덧없다 이르는가 아니야 아닐 것이야 천부의 사람 마음 그 더울 사람 사랑 새벽 숲의 청아한 그 정기.. <詩 휴게실>/詩의 오솔길 2009.03.11
생명 (김지하) 돌이킬 수도, 밀어붙일 수도 없는 이 자리.. 캄캄 벼랑에 걸린 이 목숨, 한 줄기 희망이다 생명 한 줄기 희망이다 캄캄 벼랑에 걸린 이 목숨 한 줄기 희망이다 돌이킬 수도 밀어붙일 수도 없는 이 자리 노랗게 쓰러져버릴 수도 뿌리쳐 솟구칠 수도 없는 이 마지막 자리 어미가 새끼를 껴안고 울고 있다 .. <詩 휴게실>/詩의 오솔길 2009.03.10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뭍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 <詩 휴게실>/詩의 오솔길 2009.03.05
길들 (김수영) 떠나는 것들은 커브를 그린다. 보내는 것들도 커브를 그린다 <길들/ 김수영> 떠나는 것들은 커브를 그린다 보내는 것들도 커브를 그린다 사라질 때까지 돌아다보며 간다 그 사이가 길이다 얼러 붙은 하얀 해의 한가운데로 날아갈 이유는 없겠지만, 이 봉우리에서 저 봉우리까지 그 빛나는 사이로 .. <詩 휴게실>/詩의 오솔길 2009.03.02
소금별 (류시화) 소금별 사람들은 눈물을 감추려고 자꾸만 눈을 껌벅이네 <소금별/ 류시화> 소금별에 사는 사람들은 눈물을 흘릴 수 없네 눈물을 흘리면 소금별이 녹아 버리기 때문 소금별 사람들은 눈물을 감추려고 자꾸만 눈을 껌벅이네 <詩 휴게실>/詩의 오솔길 2009.03.02
하늘을 깨물었더니 (정현종) 파아란 하늘을 깨물었더니 비가 내리더라 하늘을 깨물었더니 비가 내리더라 비를 깨물었더니 내가 젖더라 <하늘을 깨물었더니/ 정현종> <詩 휴게실>/詩의 오솔길 2009.03.02
구르는 돌은 둥글다 (천양희) 구르는 것들은 모서리가 없어 모서리가 없는 것들이 더 무섭다 <구르는 돌은 둥글다/ 천양희> 조약돌 줍다 본다 물속이 대낮같다 물에도 힘이 있어 돌을 굴린 탓이다 구르는 것들은 모서리가 없어 모서리가 없는 것들이 나는 무섭다 이리저리 구르는 것들이 더 무섭다 돌도 한자리 못 앉아 구를 때.. <詩 휴게실>/詩의 오솔길 2009.03.02
겨울 기도 (마종기) 쌓인 눈 속에 편히 잠들 수 있는 당신의 긴 뜻을 알게 하소서. <겨울기도/ 마종기> 하느님,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 이불이 얇은 자의 시린 마음을 잊지 않게 하시고 돌아 갈 수 있는 몇평의 방을 고마워 하게 하소서. 겨울에 살게 하소서 여름의 열기 후에 낙엽으로 날리는 한정 없는 미련을 잠재우.. <詩 휴게실>/詩의 오솔길 2009.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