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박찬) ...팍팍한 사람 말고, 등 기대고 싶은 그런 사람 만나고 싶다... 쉰내 나는 보리밥 한 사발 같이 찬물에 말아 나눌 순한 사람 만나고 싶다~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생각이 무슨 솔괭이처럼 뭉쳐 팍팍한 사람 말고 새참 무렵 또랑에 휘휘 손 씻고 쉰내 나는 보리밥 한 사발 찬물에 말아 나눌 낯모를 순한 사.. <詩 휴게실>/詩의 오솔길 2009.06.05
이슬(황금찬), 금낭화(한인애) <금낭화꽃/ 양귀비과> <금낭화/ 한인애> 나 이제껏 금낭화 몰랐지요 며느리 주머니, 藤모란 그 예쁜 이름이 산골에서 태어나 돌무덤 계곡에서 자라고 있었는데 나의 눈길은 그 동안 어디로 쏘다녔을까요 나 이제껏 진실한 사랑을 몰랐지요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내 마음에 꽃등처럼 자꾸 피.. <詩 휴게실>/詩의 오솔길 2009.05.25
적멸 속에 빛나는 빈집(민병일) <올해 칠순이신 큰형님께서 아이스크림 막대를 이용해 만드신 미니어쳐를 집에 모셔왔다> 빈집에 쌓이는 시간의 무늬에도 아름답고, 쓸쓸한 생을 관통하던 추억 있다 집은 세상으로 나가는 길이었고 나는 길 위의 집에서 꿈을 꾸었다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삶의 흔적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옛사.. <詩 휴게실>/詩의 오솔길 2009.05.16
다시 남자를 위하여(문정희) 요새는 왜 사나이를 만나기가 힘들지.싱싱하게 몸부림치는 가물치처럼 온몸을 던져 오는 거대한 파도를... 눈에 보이는 것은 어슬렁거리는 초라한 잡종들뿐, 눈부신 야생마는 만나기가 어렵지 요새는 왜 사나이를 만나기가 힘들지. 싱싱하게 몸부림치는 가물치처럼 온몸을 던져 오는 거대한 파도를..... <詩 휴게실>/詩의 오솔길 2009.05.12
꽃 또는 절벽 (박시교) 누군들 바라잖으리, 그 삶이 꽃이기를 더러는 눈부시게 활짝 핀 감탄사기를 아, 하고 가슴을 때리는 순간의 절벽이기를 <꽃 또는 절벽/ 박시교> <詩 휴게실>/詩의 오솔길 2009.04.28
풀밭 (강우식) 돈 안주고 잘 수 있는 풀밭이 즐거워라~ 고향에 오니 비로소 풀밭이 보인다. 여관방 이부자리 같지 않게 돈 안주고 잘 수 있는 풀밭이 보인다. 내 눈에 아직 이런 것 보이는게 즐거워라. <풀밭/ 강우식> <詩 휴게실>/詩의 오솔길 2009.04.28
하늘과 땅 사이에(김남주) 없어라 하늘과 땅 사이에 별보다 진실보다 아름다운 것은. 바람의 손이 구름의 장막을 헤치니 거기에 거기에 숨겨둔 별이 있고 시인의 칼이 허위의 장막을 헤치니 거기에 거기에 피 묵은 진실이 있고 없어라 하늘과 땅 사이에 별보다 진실보다 아름다운 것은. <하늘과 땅 사이에/ 김남주> <詩 휴게실>/詩의 오솔길 2009.04.21
호수 (정지용) 보고픈 마음 호수만 하니 눈감을 수 밖에...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픈 마음 호수만 하니 눈감을 수 밖에. <호수/ 정지용> <詩 휴게실>/詩의 오솔길 2009.04.21
그 사람에게(신동엽) 쓸쓸한 세상 세월, 너도야 왔다 가는구나. 그날, 우리 왜 인사도 없이 지나쳤던가... 아름다운 하늘 밑 너도야 왔다 가는구나 쓸쓸한 세상 세월 너도야 왔다 가는구나. 다시는 못 만날지라도 먼 훗날 무덤 속 누워 추억하자, 호젓한 산골길서 마주친 그날, 우리 왜 인사도 없이 지나쳤던가, 하고. <그 .. <詩 휴게실>/詩의 오솔길 2009.04.21
무한 바깥 (정현종) 겨우내 숨 죽였던 물소리 다시 봄노래를 부르고... 저 바람소리와 물소리는 얼마나 좋으냐~ 방 안에 있다가 냇가로 나갔을 때 듣는, 물소리가 얼마나 좋으냐~ 방 안에 있다가 숲으로 나갔을 때 듣는 새소리와 날개 소리는 얼마나 좋으냐! 저것들과 한 공기를 마시니 속속들이 한 몸이요 저것들과 한 터.. <詩 휴게실>/詩의 오솔길 2009.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