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그믐날 (김남조) 새해에는 소망하는 일 꼬옥 이루어지는, 세상사람 모두에게 행복한 한해가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새해 와서 앉으라고 의자를 비워주고 떠나는 허리 아픈 섣달 그믐날을 당신이라 부르련다. 제야의 고갯마루에서 당신이 가물가물 사라져가는 걸 뚫어서 구멍내는 눈짓으로 나는 바라봐야겠어 .. <詩 휴게실>/가을,겨울 時 2009.12.29
첫눈 (박남수) 아침 동이 트면, 세상은 온통 빛나는 흰빛으로, 오예(汚穢)를 씻으라~ 그것은 조용한 기도, 주검 위에 덮는 순결의 보자기. 밤 새워 땅을 침묵으로 덮고 사람의 가슴에, 뛰는 피를 조금씩 바래주고 있다. 개구쟁이 바람은 즐거워서 즐거워서 들판을 건너가고 건너오고 눈발은 바람 따라 기울기도 하지만.. <詩 휴게실>/가을,겨울 時 2009.12.25
겨울비1 (박남준) 눈 되지 못하고 눈 되지 않고 차마 그 그리움 어쩌지 못하고, 내 눈앞에 다가와 떨구는 맑은 눈물... 먼 바람을 타고 너는 내린다 너 지나온 이 나라 서러운 산천 눈 되지 못하고 눈 되지 않고 차마 그 그리움 어쩌지 못하고 감추지 못하고 뚝뚝 내 눈앞에 다가와 떨구는 맑은 눈물 겨울비, 우는 사람아 &l.. <詩 휴게실>/가을,겨울 時 2009.12.12
숯불의 시 (김신용) 묻힌 것에게 체온 다 주고 사그라지고 있는 모습이.... 숯불의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는 것 같다 숯불의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는 것 같다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온기로 몇 알의 감자라도 익힌다면 사그라져 남는 재도 따뜻하리라고, 생각하는 눈빛 같다. 수확이 끝난 빈 밭에 몇 줌의 감자를 남겨두는 경.. <詩 휴게실>/가을,겨울 時 2009.12.08
낙엽에게 (이유경) 그들 떠나고 있네, 이승의 마지막 잔치 끝내고... 신 새벽 된서리 내리는 겨울 초입에 가서... 그들 떠나고 있네 이승의 마지막 잔치 끝내고 우수수 찬비 휘날리는 하늘 가로질러 하나의 풍경에서 다른 풍경에로 어깨 부딪치며 자욱하게 떠나고 있네 꿈인지 생신지 어둑한 저녁 뜰이나 신 새벽 된서리 .. <詩 휴게실>/가을,겨울 時 2009.12.06
가을 손 (이상범) 가을 손 조용히 여미면 떠날 날도 보이고, 죄다 용서하고 용서 받고도 싶습니다~ 두 손을 펴든 채 가을볕을 받습니다 하늘빛이 내려와 우물처럼 고입니다 빈손에 어리는 어룽이 눈물보다 밝습니다 비워 둔 항아리에 소리들이 모입니다 눈발 같은 이야기가 정갈하게 씻깁니다 거둘 것 없는 마음이 억새.. <詩 휴게실>/가을,겨울 時 2009.11.20
은행잎 (김돈식) 늦가을 금화 같은 은행잎들이 쏴아 부는 바람에 일시에 다 떨어져서 하나도 없다. 저 길, 계절의 끝에는 무었이 있을까~~ 사람들도 가진 돈 있으면 나처럼, 멋지게 다 쓰라고 한다. 늦가을 금화 같은 은행잎들이 쏴아 부는 바람에 일시에 다 떨어져서 없다. 사람들도 가진 돈 있으면 나처럼 멋지게 다 쓰.. <詩 휴게실>/가을,겨울 時 2009.11.17
코스모스들이 배꼽을 잡고 웃는다(문인수) 수줍게 가만가만 흘들리던 코스모스들이 기차만 지나가면 깔깔깔 배꼽을 잡고 웃는다. 기분이 나쁜 기차는 더 빨리 달려가고, 코스모스들은 까무러칠 듯 자지러지게 웃는다. 코스모스들이 손뼉 치며 손뼉 치며 죄, 웃는다. 구름이 지나가도 새 떼가 지나가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지나가도 수줍게 가만.. <詩 휴게실>/가을,겨울 時 2009.11.10
가을밤 (정두수) 호수 깊이 파묻힌 저 별들을 조리로 그대 함께 건지고 싶어라~♪ 달빛마저 싱그러운 들길을 혼자 가면 나락 단 묶음마다 흐르는 고운 달빛 오늘처럼 오롯이 행복한 푸른 밤엔 호수 깊이 파묻힌 저 별들을 조리로 그대 함께 건지고 싶어라 마른 잎이 떨어지는 가을 길 혼자 가면 등불이 켜져 있는 마을.. <詩 휴게실>/가을,겨울 時 2009.11.10
그리움 (김일연) 저 산너머 저멀리, 그리움의 멍울들이 신음으로... 참았던 신음처럼 사립문이 닫히고 찬 이마 위에 치자꽃이 지는 밤 저만치, 그리고 귓가에 초침 소리 빗소리 <그리움/ 김일연> <詩 휴게실>/가을,겨울 時 2009.11.01